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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아버지, 벤츠의 첫걸음

안녕하세요. 대주중공업 철구사업부 최동주 사원입니다. 어느덧 봄이 지나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큰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이번 호부터 새롭게 선보이는궁금하지 않은 이야기코너를 맡게 되어 글로 인사드립니다.

이 코너는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흥미롭고 뜻밖의 매력을 품은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일상 속 익숙한 것들에 담긴 낯선 이야기, 무심코 지나쳤던 사실 뒤에 숨은 흥미로운 전환점들을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읽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글로 선보이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주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벤츠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벤츠하면 떠오르는 건 뭘까요? ‘고급스러움’, ‘강력한 성능’, 그리고 삼각별 엠블럼’. 하지만 이 브랜드의 시작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안과 의심 속에서 시작되었죠. 이야기는 한 남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카를 벤츠. 지금은 전설이 된 인물이지만, 그의 첫걸음은 너무나도 불안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자동차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가 만든 '바퀴 달린 마차'에 대해 조롱하기 바빴죠.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우리가 아는 벤츠는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그의 아내, 베르타 벤츠입니다. 지금부터 벤츠가 어떻게 첫걸음을 내디뎠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1844, 독일 남서부의 작은 도시 카를스루에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 소년 시절부터 기계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는 기계공학자가 되어 꿈을 키워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단순한 기계공학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탈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의 이동 수단은 여전히 말과 마차가 전부였고, ‘스스로 움직이는 탈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렸죠. 그러던 중 1871, 벤츠는 아우구스트 리터와 함께 강철 판금 회사를 창업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자전거 부품을 만들어 돈을 벌어야 했죠. 이시기, 그의 약혼녀였던 베르타 벤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혼 자금으로 리터의 지분을 매수 한 것이죠. 덕분에 그의 생활은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카를 벤츠는 결혼식을 올린 후 본격적으로 공장용 엔진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계속된 연구 끝에 187812월에는 소형 2행정 휘발유 엔진을 발명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특허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885년 마침내 역사적인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 바겐(Patent Motor wagen)이 탄생한 것이죠! 이름은 문자 그대로 벤츠(Benz)가 특허(Patent)를 받은 모터(Motor) 달린 수레(Wagen)를 의미 합니다. 핸들과 의자, 그리고 3개의 바퀴를 지닌 최초의 자동차는 당시 기준으로 혁명적인 존재였습니다. 950cc 배기량에 0.9마력, 가볍게 설계된 100kg 무게의 4행정 휘발유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죠.

 

카를 벤츠는 끊임없는 연구 끝에 기존의 발명을 넘어서는 1.5마력 엔진을 지닌 모터 바겐 2호와 2마력을 발휘하는 모터 바겐 3호를 연달아 개발해냈습니다. 최고속도는 시속 16km까지 도달하며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죠. 하지만 달리는 말도 없이 혼자 이상한 엔진소리를 내며 이동하는 교통수단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벤츠 본인조차 모터 바겐을 일종의 장기적 연구 과제로 생각했던 터라 자신의 발명품에 확신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걸 과연 사람들이 사용할까?”라는 끊임없는 의심과 불안감 속에서, 그는 자동차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조용히 그를 지켜보던 아내 베르타 벤츠가 직접 행동에 나섭니다. 남편 몰래, 새벽에 남편의 자동차 발명품 중 하나인 모터 바겐 3호를 끌고, 두 아들과 함께 남쪽으로 무려 100km나 떨어져 있는 친정집으로 향하는 여정에 나선 것입니다. 여자 혼자서도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남편의 자동차가 얼마나 엄청난 발명품인지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도로도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주유소 같은 인프라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여성 혼자 장거리 주행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베르타에게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에는 수많은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베르타 벤츠의 대단한 모험은 하이델베르크를 무사히 통과한 뒤, 남쪽 도시 비슬로흐에 잠시 멈추게 됩니다. 연료가 바닥난 것이었죠. 당시 모터바겐의 연료는 리그로인(Ligroin)’이라는 일종의 벤젠 유사 물질이었는데, 오늘날처럼 주유소가 있을리 없었죠. 하지만, 그녀는 인근 약국에서 리그로인을 구입해 자동차에 직접 주입했습니다. 그 순간, 세계최초의 자동차 주유가 탄생했고, 이 약국은 역사상 첫 번째 주유소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약국은 현재까지도 세계 최초의 주유소로 영업 중이라고 합니다. 이후 칼스루에를 지나 슈투트가르트 서쪽에 위치한 포르츠하임까지100km의 장거리를 달려 마침내 친정에 도착한 베르타는 그제야 남편 카를 벤츠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상징적인 여정은 자동차가 실생활에 유용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 첫 시도였고, 그 주인공은 바로 자동차의 어머니, 베르타 벤츠였습니다.

이 감동적인 주행길은 2008, ‘베르타 벤츠 메모리얼 루트(Berth Benz Memorial Route)’라는 이름으로 공식 등록되었습니다. 현재 이 루트는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달려보고 싶은 길로 꼽히며,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의 성지로 자리잡았고, 2년에 한 번씩 다양한 희귀 올드카 소유주들이 이 길을 따라 주행하며 베르타 벤츠를 기리는 퍼레이드를 연다고 합니다.

 

이 여정에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베르타가 단순히 운전만 능숙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행 중에 발생한 잦은 고장들을 그녀는 재치있게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평소에도 남편을 보조하면서 기계 제작에 참여했던 경력 덕분에 그녀는 상황에 맞는 기지를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운행 도중 엔진이 과열되어 기화기 노즐이 막히면 머리핀으로 구멍을 뚫어 해결했고, 와이어가 다른 부품과 접촉돼 문제가 발생하면 스타킹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브레이크가 닳아버리는 상황이 생겨 성능이 떨어졌을 때는, 근처의 구두 수선공을 찾아가 가죽을 구매해 수리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훗날 현대식 브레이크 라이닝, 패드의 기원이 된 것이죠. 이렇듯 카를 벤츠가 위대한 발명가로 기억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 베르타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그녀는 결혼 자금을 회사에 투자해 경영난을 견디게 했고, 기술 개발과 자동차 연구를 적극 지원 했으며, 더 나아가 세상에 그 기술의 가능성을 알리는 데 직접 나선 최초의 자동차 마케터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베르타 벤츠가 없었다면 카를 벤츠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베르타의 대담한 주행 덕분에, 사람들은 마침내 자동차의 가능성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모터바겐은 점점 대중의 호기심과 주목을 받았고, 벤츠는 여러 차례의 개량을 거쳐 본격적인 자동차 판매에 돌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26년 카를 벤츠의 회사는 고틀리프 다임러의 회사와 합병하여 지금의 메르세데스-벤츠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벤츠는 혁신적인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습니다.

벤츠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가 아닙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한 남자와 그를 믿고 모든 것을 바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삼각별 로고는 육지, 바다, 하늘 어디에서나 벤츠의 기술이 사용될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든 곳에서 기술 혁신을 실현하겠다는 다짐인 것이죠.

현재 벤츠는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 중국 기업에 인수되며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벤츠는 여러분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나요? 벤츠가 어떤 길을 가든, 그 삼각별이 상징하는 기술과 혁신의 정신이 계속 빛나길 바라며, 이번 이야기를 마칩니다.

 

어떠셨나요?

카를 벤츠와 베르타 벤츠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혁신과 도전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을 때 진짜 혁신이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가슴속에 품고 있는 꿈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카를 벤츠처럼, 그리고 베르타 벤츠처럼 그 꿈을 끝까지 밀어붙일 용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