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0년 09월호

 

여러분 안녕하세요. 길고 긴 장마를 지나 나름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9월입니다. 휴가들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다사다난했고, 어수선했던 상반기가 지나고 맞이한 하반기. 이 하반기도 어느덧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발 올해 안에는 모든 악재들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행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카파도키아(괴레메)로, 트레블러스 케이브 호텔

 

 

살인적으로 바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06시 30분 비행기. 거의 2시간 남짓을 자고, 공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거의 잔 것이 아니었지요. 이스탄불 공항에서 네브세힐 공항까진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 이 항공편이 없었다면 11시간의 야간 버스를 타야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가항공임에도 아침식사도 나오고, 창 밖의 일출이 너무 아름다워 그리 피곤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카파도키아. 이곳은 저가 터키 여행을 계획한 이유 중 약 70%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기암괴석과 열기구 투어로 유명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 모두가 한번쯤은 봤을법한 그 사진의 장소. ‘2020년 트래블러 리뷰 어워즈’의 ‘웰커밍 플레이스’ 1위로 선정되기도 했었지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산악지대답게 건조한 공기와 맑은 공기가 몸을 감쌉니다. 이른 아침이라 서늘한 기운이 매우 좋더군요. 대신 해가 정말 쨍쨍 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감탄하며 호텔을 통해 예약한 셔틀버스에 바로 탑승했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의 숙소는 단 한가지만을 고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뷰. 도시와 자연을 한꺼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아래에는 도시가, 양 옆에는 자연이, 그리고 그 위 하늘에는 벌룬들이 떠다니는 그런 조화로운 풍경을 머릿속에 수도 없이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조건을 가장 만족하는 숙소로 트레블러스 케이브 호텔을 선택했지요. 가파르게 비탈을 올라가는 버스에서 너무 무리한 선택을 했나 싶었지만,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도착한 호텔에서 짐을 맡겨두고 테라스로 올라가는 순간 느꼈습니다. 아 정말 잘한 선택이었구나.

 

뻥 뚫린 시야로 괴레메 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을을 에워싸는 독특한 산악지대. 파란하늘과 높은 하늘의 차갑고 맑은 공기가 너무나 황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뻥 뚫리는 기분. 무더운 여름날 갓 나온 맥주 한 모금을 처음 마셨을 때 느낌일까요. 이것은 2시간 자고 온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아드레날린이 막 분비되는 기분. 그렇게 저희는 아침도 거른 채 바로 근처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 우치히사르 – 카파도키아의 꼭대기로

 

 

리셉션에 택시를 한대 불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오면서 찍은 사진을 하나 보여주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우치히사르라는 곳입니다. 터키어로 '3개의 요새'라는 뜻을 지닌 곳으로,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옛날 이곳에 살던 수도사들이 비둘기를 길렀다고 하여 '비둘기 골짜기'라고도 부르며 지금도 비둘기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원래 저희 여행 목적지가 아니었습니다. 이틀 반 정도의 카파도키아 일정에서 안타깝게도 다른 관광지에 밀려난 곳이었죠. 하지만 저희가 탄 셔틀 버스가 이곳을 지나쳐 오면서 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잠깐이라도 남은 시간, 숙소 근처의 이 곳을 둘러보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그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와 구멍 난 스펀지 덩어리 같은 독특한 외관에 연신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택시로 약 10분 정도의 거리. 꼭대기 중의 꼭대기. 그리고 큼직한 돌덩어리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이스탄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도시가 점점 마음에 들어 갑니다. 사실 꼭대기에 올라가서 본 풍경은 엄청나게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황량하다고 해야 할까요. 이 근방, 가장 높은 곳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산맥들 조차도 그저 도로의 길 정도로 보이는 그 정도의 높이. 어떤 정도를 넘어서면 그 감각이 조금은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면 조금은 달랐을 수도 있지요.

 

아무튼, 이 높이보다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커다란 돌 덩어리의 구멍들. 너무나 괴이한 외관의 모습에 여행자의 호기심을 무척이나 자극하더군요. 이곳에 난 구멍들은 다 집이었다고 합니다. 로마 시대 기독교 박해를 피해 수도사들이 거주했던 동굴이지요. 이 높은 곳에 어찌 이렇게 구멍을 뚫었을까. 경이롭기도 하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절박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때로 생존에 대한 인류의 갈망은, 그리고 굳은 신념은 이렇게 남아 후대에 여러 형태로 전해지나 봅니다. 이 척박한 환경에 후손을 남긴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 러브 밸리 – 카파도키아 하면 떠오르는 곳

 

 

다시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소금호수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숙소에서 편도 약 2시간 반의 꽤 기나긴 일정. 왕복 이동 시간만 거의 5시간, 거의 반나절 이상을 쏟아 붓는 일정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정말 새로운 자연을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보던 여느 바다와, 호수와, 강과는 전혀 다른 풍광.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괴레메에 머무는 이틀이라는 시간 중 반나절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투즈괼(투즈골루) 호수. 이미 SNS상에서 유명한 볼리비아 소금호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금호수입니다.

 

차량을 기다리며 점심 식사와 맥주 한잔을 했습니다.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닌, 풍경으로 먹고 있습니다. 입으로 음식물이 들어가지만 더욱 가득 차는 것은 눈입니다. 단 몇 시간만에 풍경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이 풍경만 바라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여행을 했지만 이렇게 거대한 자연은 처음입니다. 자연의 색깔은 과하지 않게 서서히 스며듭니다.

 

풍경에 취해, 그리고 맥주에 취해 시간을 보내자 이윽고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기사님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소금호수로 출발합니다. 이 투어 상품에는 투어 코스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러브밸리 코스 입니다. 소금호수를 가는 길에 위치해 있더군요. 풍화와 침식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이 있는 곳입니다. 스머프 마을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러브밸리의 풍경은 딱 카파도키아라고 생각할만한 풍경입니다. 정말 너무나도 독특한 풍경입니다. ‘독특’이라는 표현을 계속해서 써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말 이런 풍경은 평생 한 번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어떤 행성에 불시착한것만 같습니다. 지구 안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더군다나 자연적으로 생겼다니 더욱이 놀랍습니다. 마치 조물주가 장난스럽게 빚어놓은 어떤 장난감 같기도 합니다.

 

왜 이름이 러브밸리일까요.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바위 모습을 보면 원초적인 느낌으로 언뜻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작명이네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카파도키아를 제대로 즐겼습니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소금호수로 향했습니다.

 

여행기는 잘 보셨는지요. 다음호에는 카파도키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소금호수 이야기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멋진 사진이 많으니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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